답사 날 아침부터 장대비가 나를 걱정시켰지만 막상 답사 시엔 깨끗한 하늘이 우리의 답사를 도왔다. 항상 헤이리를 한번 가보고 싶은 마음이 컸지만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미뤄지고 나중에 가게 되겠지 하는 생각이 나를 헤이리로 가는 것을 매번 방해했었다. 계속 가야겠다는 마음은 있었지만 생각만큼 실천되지 않았던 헤이리 답사가 건축기본설계 시간의 수업 연장으로 이루어지게 되었다. 억수같이 쏟아지는 비로 답사가 취소되는 것 아닌지 노심초사 했지만 다행히 오후엔 깨끗이 갠 덕분에 답사를 무사히 마칠 수 있었다. 헤이리의 건물들은 기대만큼이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멋진 건물에서 느껴지는 미적 아름다움도 있었지만 헤이리란 지역의 아름다움이 그 멋을 더했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어 왔던 개인 주택의 모습들이 자연환경과 조화를 이루어 배치되어 있는 모습들을 보고 멋 훗날 내가 살게 될 집을 꿈꾸며 답사에 임했다.


이번 답사의 목적이라고 할 수 있는 건물인 이비뎀에 관하여 알아 볼려고 한다. 김 헌 설계가의 작품으로 노출콘크리트의 매력을 물씬 풍기고 있는 건축물이다. 현재는 갤러리로 경기도 파주시 탄헌면 법흥리 헤이리마을 1652-94에 위치하고 있으며 개략적인 건축 개요는 다음과 같다.

대지면적: 474.00㎡(143.39평) 건축면적: 163.22㎡(49.37평) 연 면 적: 480.61㎡(145.38평)건 폐 율: 34.43% 용 적 율: 71.58% 규 모: 지하 1층, 지상 3층 구 조: 철근콘크리트조

갤러리는 지하 1층과 1층, 2층의 전시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공간의 높낮이를 달리하여  같은 공간 안에서 독립된 공간을 만들었다. 3층 이비뎀하우스는 생활 공간으로서 하늘을 볼 수 있는 실내 정원과 독특한 모양의 페치카가 놓여 정취를 더한다. 겉은 거칠고 차가운 느낌의 콘크리트 벽이지만 외장재에 나무 질감을 표현해 부드럽움과 따뜻함을 살렸으며 지하 1층, 지상1,2층으로 나누어진 내부 전시공간은 환하게 햇살이 쏟아져 따뜻한 느낌이 돋보인다.


사용 재료는 노출 콘크리트이다. 설계자는 노출 콘크리트가 갖는 성격을 잘 살려서 이 건물에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시간, 기후에 따라 다양하게 변화하여 무겁게도, 가볍게도, 거칠게도, 매끄럽게도 느껴진다. 거푸집의 형태에 따라 둥글게, 혹은 모나게 표현 가능하며, 작가의 의도를 거푸집에 표현하여 나타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여기서 사용된 거푸집은 목재송판 거푸집으로 넓이 100~200mm 내외에 두께 10~30mm 목재 널이다. 나무 결이나 옹이 모양이 선명하게 나타나는 육송이나 미송, 낙엽송 등을 거친 면으로 사용하였다.


 노출 콘크리트 라는 건축 기법이 현 시대의 패러다임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 많은 건축가들이 노출 콘크리트를 사용하여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여 그 건물의 특징을 나타낸다. 이 건물 역시도 설계자가 자신의 생각을 표현 한 것으로 생각 되며 그 의도는 계절이나 기후, 시간에 따라 거칠고 부드러움, 차갑고 따듯함 등의 러 가지 모습을 나타내고자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본다.

또한 자칫하면 밋밋해 질 수 있는 건축물을 3층의 창과 같은 형태, 그리고 2층의 뚫린 공간을 통해 사각형이라는 형태의 정형성에서 탈피하는 효과를 통해 미적 가치를 추구했다. 북측의 형태도 남측의 형태와 비슷한 구조를 가지고 있는데 오른쪽의 거대한 매스와 왼쪽의 뚫린 공간을 통해 막힌 공간과 뚫린 공간의 조화를 이루고 있으며 큰 창은 탁 트인 전망을 제공해 준다.

하지만 설계자가 자신의 생각을 건축물에 나타내고자 할 경우 실제 생활하는 데 있어서의 실용성을 생각해야 할 것이다. 난방이 잘 안되어서 춥고, 천정이 높아 전등 하나 갈아 끼우기가 힘들다는 아주머니의 말씀을 듣고 건축가가 해야 할 일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는 것 뿐만 아니라 사용자의 실용성을 적극 반영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물런 미적 가치와 실용성이라는 문제를 동시에 추구하기란 쉬운 일은 아니다. 이런 문제로 인하여 건축가들이 미적 가치와 실용성 두가지 사항에 대하여 동시에 추구 할 수 있도록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이다. 건축이라는 활동 자체가 사람을 위한 것임을 항상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by 김병기 2009. 9. 20. 00:01